안녕하세요! 반서연입니다. ^-^

이번 칼럼의 주제는 '제가 수험생활 동안 어떻게 슬럼프를 이겨냈는지'예요.

최근에 상담을 하다 보면 슬럼프가 온 것 같다, 아무리 해도 공부가 손에 안 집힌다고 하는 학생들이 정말 많은데요.

6월 모의고사, 혹은 중간/기말고사가 끝나는 시기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더워진 날씨나 하루 종일 내리는 비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제 이야기를 해 보면, 고등학교 3학년때나 반수를 할 때는 눈앞에 산더미같이 쌓인 공부를 해치우느라 슬럼프가 올 겨를도 없었던 것 같아요. 오히려 1월부터 공부를 시작했던 삼수 때 엄청난 슬럼프가 왔었어요… 시기도 딱 6월 말 이맘때였던 기억이 나네요…

제가 슬럼프에 빠졌던 과정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6모를 망침 -> 지금까지 한 공부가 의미가 없는 것 같음 -> 앞으로 공부를 한다고 해서 바뀌는 게 있을까? -> 공부를 안 함 -> 죄책감이 듦 -> 기분이 안 좋아져서 공부가 손에 안 잡힘 -> 다시 공부를 안 함 -> 죄책감이 듦 -> 공부를 안 함 -> ...

슬럼프를 크게 겪고 몇 주동안 고생한 뒤로는, 애초에 슬럼프가 오지 않도록 하는 데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1. 죄책감이 들 일을 만들지 말자

제가 공부하면서 가장 죄책감이 들었던 것은 핸드폰 사용이었습니다. 학원 끝나고 집에 와서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유튜브를 보다가 늦게 잠들었을 때, 쉬는 날 하루 종일 핸드폰만 붙잡고 있었을 때요.

그래서 저는 학원에 다니는 동안 아예 핸드폰을 집에 들고 오지 않았습니다. 사실은 핸드폰을 완전히 없애버리고 싶었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요. 핸드폰을 꼭 사용해야 하는 일이 있다면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에 잠깐 확인하고, 집에 올 때는 무조건 학원에 두고 왔어요. 이렇게 하니까 밤에 잠드는 시간이 현저히 빨라졌습니다. 밤에 핸드폰을 보지 않고 잠에 드니까 아침에도 훨씬 상쾌하게 공부를 할 수 있었고요. 

2. 한 달에 한 번, 설레는 일 만들기

한 번에 전력 질주하면 단거리 달리기에서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만, 오래 잘 달리려면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며 페이스를 조절해야 합니다. 우선, 하루종일 숏폼을 보는 게 절대 제대로 된 휴식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하세요!!! 숏폼 컨텐츠를 시청하면 집중력이 저하된다는 연구도 있고, 숏폼을 과하게 보는 것과 우울감이 연관되어 있다는 견해도 있습니다. 휴식은 이런 것이면 좋습니다. (1) 휴식을 기다리며 열심히 공부할 수 있는 동기를 제공하는 것. (2) 휴식 후 다시 공부할 원동력이 되는 것. 저는 한 달에 한 번, 제가 정말 하고싶은 일을 정해뒀습니다. 혼자 보고싶었던 영화를 보러 가거나, 좋아하는 친구를 만나기도 했고요. 저는 정유정 작가님의 소설을 좋아하는데, 작년에 신간이 나온다고 해서 예약구매를 해 놓고 가장 먼저 읽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사려고 하면 망설여지는 슬라임(ㅋㅋㅋ)을 왕창 사서 하루 종일 만진 적도 있답니다. 수험생활 자체는 지루했지만, 제가 어떻게 하면 행복해지는지 알아가는 과정은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혼자 공부하는 것이 조금 외롭긴 했어도, '나'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된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3. 이미 슬럼프가 온 것 같다면, 슬기롭게 흘려보내기

이런 노력을 하더라도, 언제든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것이 슬럼프입니다. 정확한 이유를 안다면 답답하지 않을 텐데, 어느 날 갑자기 공부가 손에 잡히지 않으면 누구든 당황하게 됩니다. 일단 슬럼프가 찾아온 것 같다면, 인정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이건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니까, 잠깐 공부가 좀 안될 수도 있다고요. 그다음엔 어떻게 하면 원래의 루틴으로 빠르게 돌아갈 수 있을지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제 경험상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계속 규칙적인 생활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공부가 안된다고 해서 며칠동안 아예 쉬어버리거나 공부를 놓아 버리면 오히려 더 돌아가기 힘듭니다. 앉아있기 힘들더라도 매일 정해진 시간에 학원에 가고, 최대한 무언가를 하면서 버텨야 합니다. 수학 5문제 풀기, 국어 한 지문 풀기 같은 정말 작은 목표 하나라도 세우고 지켜보세요. 그렇게 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작은 성취감과 즐거움을 발견하게 되고, 다시 속도를 낼 힘이 생깁니다.

슬럼프를 어떻게 극복하냐는 질문에 그냥 버텨야 한다는 답변밖에 해 드릴 수 없는 제가 조금 미워지네요..ㅠ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 수험생활의 가장 큰 무기는 꾸준함입니다. 

잠깐의 부진, 잠깐의 무기력함도 꾸준함 앞에서는 소용이 없습니다.

저는 수능만 잘 보면, 원하던 과에 합격하기만 하면 제 인생이 술술 잘 풀릴 줄 알았어요.

더 이상 고민할 일도 없을 것 같았고요.

이 지긋지긋한 수능 공부에서 벗어나기만 한다면 뭘 해도 행복할 것 같았어요.

그런데 웬걸, 삶은 여전히 선택의 연속이고 제가 상상했던 것만큼의 행복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막연한 기대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지금 내가 어떤 상황에 있든, 이 순간 느낄 수 있는 행복을 찾을 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의미가 하나도 없어 보이는 수능 공부에서도 얼마든지 공부의 즐거움을 찾을 수 있고, 배울 점이 있는 것처럼요.

오늘 아침에 칼럼을 읽다가, 같이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공유합니다!

 어릴 땐 모두 공부가 즐겁다. 그저 새로운 걸 아는 게 좋고, 다른 사람들 마음을 엿보는 게 기쁘고, 생각에 날개를 달아 너른 세상을 여행하는 게 신났다. 그러다 공부가 수험이 되고 돈이나 지위를 사는 일로 바뀌면, 배움은 시들해진다. 새로운 걸 알면 머릿속에서 전구가 켜지는 듯한 그 눈부심은 감쪽같이 사라진다. 성적과 입시, 취업과 승진을 위한 수단일 때, 배움은 빛을 잃는다. 

 

(...)

 

 하츠는 말한다. “배움은 숨은 상태로 시작한다. 아이와 어른이 내면에 품은 생각에서, 독서광의 조용한 생활에서, 출근길 아침에 몰래 하늘을 바라보는 일에서”

 

 공부는 이처럼 타인의 시선과 평가를 벗어나 자기 고유의 생각과 리듬을 돌려받는 일이다. 돈이나 지위를 얻으려 떠들썩하게 나대는 곳에 진짜 공부는 없다. 공부는 내 생각의 주권이 오직 나에게 있음을 분명히 하는 일이다. 그래서 “지적인 삶은 존엄의 원천이다.”

 

 공부는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늘에 핀 제비꽃을 들여다보는 사람, 흐르는 구름에 몽상을 얹는 사람은 이미 탐구하는 자다. 호기심으로 주변을 살피고 쓸데없는 궁금증에 신경 쓰는 사람은 스스로 자유롭다. 뚜렷한 성과를 얻지 못해도 괜찮다. “공부는 다가올 인생을 위한 준비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가치 있게 시간을 보내는 방법”이다.

 

- 공부는 우리를 삶의 주인으로 만든다, 장은수 -

물론 수험생활의 가장 큰 목표는 대학 진학이지만, 공부 자체에서 즐거움과 뿌듯함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슬기로운 수험생활이 아닐까요?

여러분들도, 저도 ‘진짜 공부’를 할 수 있기를 바라며 마칩니다.

다음 칼럼에서 만나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