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가원에서는 과거의 기출 지문을 배경지식으로 치부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이것을 크게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 경제 지문입니다. 옛날 기출을 살펴보시면 알 수 있는데, 그때는 경제 지문의 설명이 무척 자세합니다. 기본 개념이 무엇인지,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 상세하게 설명해 줍니다. 그런데 상대적으로 최근 기출은 설명이 간결합니다. 한 문장에 정의가 여러 개 있기도 하고, 내용이 많이 생략되고 축약되어 있다 보니 학생들 입장에서는 경제 지문이 어렵다고 느껴집니다.
먼저, 지금까지의 주요 기출 지문에서 다루었던 경제 현상에는 무엇이 있는지 살펴봅시다.
11수능 채권 가격
13수능 공적 연금
17수능 보험
18수능 오버슈팅
19 9월 CDS 프리미엄
20 6월 경제 안정 정책
20수능 바젤 협약
22수능 기축 통화
23 6월 이중차분법
25 6월 과두제적 경영
이 지문들을 모아서 쭉 풀어보면 기초 경제 지식이 잡힐 거예요. 다만 각각 독립된 지문이므로 전반적인 흐름이 연결된다는 느낌은 받기 어려울 겁니다.
이번 QCC에서는 연결된 경제 용어의 흐름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이제 가볍게 기본 경제 용어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통화량이란 쉽게 생각해서 시중에 있는 돈의 양입니다. 통화량이 증가하면 돈이 많이 돌아다닌다는 의미겠죠. 통화량이 증가하면 물가가 상승합니다. 물가란 물건의 가치를 의미합니다.
우리 모두 전 재산이 100원이라고 하면(통화량이 적음) 맛있는 빵을 먹고 싶어도 최대 100원밖에 지불하지 못합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에 산타 할아버지가 부자가 되고 싶다는 모두의 소원을 들어줘서 모든 사람의 재산이 100배, 그러니까 1만원이 되었다면(통화량 증가) 어떨까요? 이제 우리 모두 빵에 1만 원까지 지불할 수 있게 됩니다. 이제 100원으로는 빵 부스러기도 못 사게 되는 거죠. 여기서 새로운 원리 하나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통화량, 즉 돈의 양이 증가하면(물가가 상승하면) 돈의 가치는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통화량이 적을 때에는 100원으로도 빵을 살 수 있었는데, 이제는 만 원을 내야 똑같은 빵을 살 수 있게 된 것이니까요.
이러한 현상이 바로 인플레이션입니다. 인플레이션이란 물가가 상승하고 화폐의 가치가 떨어지는 경제 현상을 말합니다. 인플레이션이 지속되면 물가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면서 실질적 소득은 감소하게 됩니다. 인플레이션의 반대말로는 디플레이션이 있는데요. 디플레이션은 통화량이 줄어들고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입니다. 통화량이 줄어들면, 사람들이 돈이 없으니 돈을 안 쓰게 되겠죠? 따라서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면 경기가 침체됩니다. 이 때문에 계속해서 인플레이션이 일어나서도 안되고,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어도 안 됩니다. 만일 인플레이션 또는 디플레이션이 장기화되려는 조짐이 보이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냥 내버려두기vs정부가 개입하기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을 들어보셨나요? 경제학의 시초 애덤 스미스가 저서 <국부론>에서 주장한 개념입니다. 통합사회에서 다루는 내용이지만, 다시 한번 짚고 넘어갑시다. 보이지 않는 손은 자유시장을 상징합니다. 자유시장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으로 사회 전반이 발전할 수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애덤 스미스로부터 이어진 고전파 경제학자들은 정부의 개입을 부정적으로 바라봤습니다. 어차피 시장 경제는 자유시장 원리에 따라 알아서 돌아갈 텐데, 괜히 정부가 끼어들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고전파 경제학자들의 주요 논거가 ‘세이의 법칙’입니다. 세이의 법칙은 “공급은 수요를 스스로 창출한다” 라는 모토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경제 전반에서 바라보면 공급이 이루어질 때 수요는 그에 따라 자연스럽게 생겨난다는 논리입니다. 일단 물건을 만들면 누군가가 알아서 사 간다는 거예요.
이와는 반대로 케인스는 ‘보이는 손’이라는 개념을 강조했습니다. 즉, 경기가 침체되어 있을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정책을 시행해서 위기를 해소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글로벌 금융 위기와 대공황이 일어나면서 정부의 개입 필요성이 제기되기 시작했습니다. 2008년 이후부터는 많은 경제학자들이 국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보이는 손’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죠. 이러한 케인스의 정책을 주장하는 이들을 신케인스학파라고 부릅니다.
우리는 모두 정부의 개입을 목격한 경험이 있는데요. 대표적인 게 코로나19 사태의 양적완화입니다. 양적완화는 쉽게 돈을 푸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중앙은행이 시중 은행의 채권을 사들이면서 대금으로 통화를 공급합니다. 시중 은행은 돈이 생겼으니 돈을 빌려줄 여력이 생기겠네요. 따라서 은행은 금리를 인하합니다. 그러면 이자를 조금 내고도 돈을 빌릴 수 있으니 가계와 기업은 대출을 늘립니다. 대출을 받아서 돈이 많아졌습니다. 가계와 기업은 돈을 쓸 수 있겠네요. 소비와 투자가 촉진됩니다. 경기 침체가 완화될 수 있는 이유입니다. 물론 양적완화가 과도하게 이루어진다면 물가가 지나치게 오르거나 자산 거품이 생길 수 있다는 부작용도 있습니다.
여기서 ‘채권’, ‘금리’ 두 단어에서 막힌 학생이 있나요?
경제 지문에서는 높은 확률로 두 단어가 자주 보입니다. 물론 독서 지문에서 잘 설명해 주지만, 배경지식 QCC인 만큼 간단하게 정리하고 갑시다.
채권은 주식과 자주 엮여서 나오는 단어입니다. 채권과 주식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중심으로 이해해 볼까요? 먼저 채권과 주식은 둘 다 유가증권, 즉, 재산 가치가 있는 권리를 담고 있는 증권입니다. 둘 다 자금을 직접 조달한다는 것도 공통점입니다. 그러나 채권과 주식은 차이점이 더 중요합니다.
채권은 은행 예금과 비슷합니다. 채권 소유자(채권자)는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없고, 만기일이 되면 원금과 이자를 받습니다. 반면 주식 소유자는 주주라고 하고, 주주는 가지고 있는 주식에 비례하는 책임을 갖고 회사 경영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주식은 채권과 달리 만기일이 따로 없어 회사가 망하지 않는 이상 계속 보유할 수 있습니다.
201709 사단법인과 법인격 부인론 지문, 202506 과두제적 경영 지문에서 주주에 대한 설명이 나오는데, 참고하시면 좋겠습니다. 채권의 경우는 2011 수능 채권 가격 결정 지문을 참고해 주세요.
다음으로 금리에 대해서 알아봅시다. 금리란 원금에 대한 이자의 비율입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이자를 많이 주는 것이고, 금리가 낮아지면 이자를 조금 주는 것이겠네요. 그래서 금리가 높아지면 예금이 늘어나고 대출이 줄어듭니다. 예금을 넣으면 이자가 높아 돈을 많이 받을 수 있고, 반대로 대출을 받으면 이자가 높아 돈을 많이 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즉, 시중에 돌아다니는 돈이 은행으로 모이는 것입니다. 이러면 통화량이 줄어들게 됩니다. 아까 시중에 통화량이 많아지는 현상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했죠?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시중의 통화량을 줄여야 합니다. 그래서 정부가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금리 인상입니다.
이제 세계 경제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세계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환율입니다. 환율이란 외국 통화에 대한 자국 통화 교환 비율을 의미합니다. 환율을 결정하는 요인 중 하나가 금리입니다.
우리나라의 금리가 높아졌다고 가정해 볼까요? 금리가 높아지면 예금을 넣는 것이 유리하다고 했는데요. 외국인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자의 일환으로 외국인들도 금리가 높아진 우리나라에 돈을 맡기려고 합니다. 나중에 돈을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 외국 돈, 즉 외화가 많이 유입됩니다. 우리나라에 외국 돈이 많이 돌아다닌다는 의미인데, 이러면 외국 돈의 가치가 떨어지겠죠. 즉, 환율이 하락하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금리가 상승하면 환율이 하락하는 이유를 이해했습니다.
환율이 하락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환율이 하락했다는 것은, 외국인들 입장에서 우리나라의 물건 가격이 오른 것입니다. 굳이 비싼 우리나라 물건을 살 이유가 없으니 우리나라 물건을 수입하지 않게 됩니다.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수출이 감소합니다. 반대로 환율이 하락하면 우리들은 외국의 물건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느낍니다. 역시 우리도 비싼 우리나라 물건을 살 이유가 없습니다. 우리나라는 수입이 늘어나게 됩니다. 그런데 외국 물건을 사려면 외화를 지불해야 합니다. 수입이 늘어나면 우리나라에 있던 외국 돈이 줄어들겠군요. 외국 돈이 빠져나가면 환율은 다시 상승합니다.
여기서 금리가 상승해서 환율이 하락하더라도 자연스럽게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언가 반복된다는 느낌, 이어진다는 느낌을 받으셨나요?
그렇다면 제대로 읽은 것입니다.
통화량, 물가, 금리, 환율 등 다양한 기초 경제 용어들은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경제 지문에서 하나를 놓치면 도미노처럼 다른 부분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은 까닭입니다.
하나가 변화할 때 다른 것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주목하시면서 독해하면 경제 지문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번 QCC도 경제 배경지식을 쌓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오늘도 힘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