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정말 오랜만에 새 칼럼으로 돌아온, 큐브 마스터 이다현입니다.
개강을 하면 꼭 여러분께 대학생활을 비롯해 더 많은 수험생활 꿀팁을 전해드려야지... 했으나 생각보다 바쁜 현생에 이리저리 치이는 세 달을 보냈던 것 같습니다 ㅎ;;;
(+ ‘한의 예1이 바쁘다’라기 보단 ‘예1 때 아니면 내가 언제 학점을 또 잘 받아보겠어...ㅜ’ 하는 마음으로 공부한 제가 바빴던 게 맞는 것 같습니다...ㅎ)
지금은 종강을 해서, 중간/기말 때 만들었던 자료들을 정리하고 있고 또 오랜만에 큐브 친구들의 질문에 답변도 해주고 있답니다..! (시험기간에 답변 못 해줘서 너무 미안해요 ㅜ)
오늘은 기존 칼럼과는 좀 다르게 한의대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수능을 공부하다보면, 조금만 손 뻗으면 대학에 닿을 것 같은 그 느낌 때문인지는 몰라도 유달리 희망하는 학교 혹은 학과를 강하게 열망하고 동경하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지금 시점이면 수시러분들은 어느 정도 원서의 가닥도 잡아나가고 있을 것 같으니... 한의대를 희망하는 누군가가 있다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고싶다는 마음과 함께 이 글을 써봅니다.
사실 예과 1학년은 전공 수업이 압도적으로 적은 학년이자, 본격적 학문의 내용보다는 앞으로의 공부를 위한 기반을 닦는 학년이 아닐까 싶습니다. 또 어떻게 보면 임상과 거리가 먼, 한의학의 가장 철학적인 부분을 다루는 학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물론 한의대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겠지만, 저는 2개의 전공과목(한의학개론, 한의학한문)과 2개의 교양필수(일반생물학, 일반화학), 그리고 나머지 4개의 과목을 수강하며 총 8개 과목, 21학점을 취득했습니다.
+ 다른 한 과목은 일반교양 기업과 사회(3학점)인데요, 싸강이라 시간표에 별도로 표시되어 있진 않네요.
+ 원래 English Communication 1을 들어야하는데 저는 Toeic Speaking으로 면제를 받았습니다.
(혹시 동국한에 입학하게 되신다면 겨울방학에 Opic이나 Toeic Speaking IH 이상을 따놓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8개의 과목 중 제 전공 2과목과 교양 필수 2과목을 조금 소개해보도록 할게요!
1. 한의학개론(전공)
한의학개론은 ‘이것이 한의학이다 빡’ 이런 느낌보다는 한의학 기저에 깔려있는 것들을 배우고, 과거의 한의학을 조금 멀리서 조망하는 느낌에 더욱 가깝습니다. 1, 2학기를 통틀어서 ‘음양오행, 정기신혈진액, 경락, 장부, 질병, 병인, 변증’ 등을 배우게 되는데요, 중간, 기말 각각 ppt가 400장 가량 되는 것 같습니다. 장수가 많게 느껴져도 사실 예과 1학년이라서 암기 할 내용 자체가 많다고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사실 이 과목의 제일 흥미로운 점은 서술형 시험인데요, 중간고사의 경우 10문제가 객관식, 10문제가 주관식으로 구성이 되어있었습니다. 일반적인 서술형과 같이 지식 차원의 무언가를 기술하는 형식이 아니라, 본인의 생각을 쓰는 쪽에 더욱 가까웠습니다. 특정 해석이나 설명에 대해 비판해보는, 또 특정 이론의 활용에 있어 장단점을 생각해보는... 유형의 문제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너무 인상깊었던 질문들이고, 수업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너무 잘 드러난 시험지여서 좋았습니다.
한의학개론은 제가 1학기 동안 들은 모든 강의 중 가장 좋아했던 강의가 아닐까 싶습니다. 한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교수님께서 정말 많은 고민을 하신다는 게 잘 느껴지기도 했고, 무엇보다 수업 중간 중간 해주시는 이야기들이 한의학의 인사이트를 넓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한의학을 어떻게 조망해야할지, 그리고 한의학의 연구에 있어서도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할지, 기본 이론이 왜 그렇게 만들어졌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관한 이야기가 저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해보게 하더라고요.
사실 오랫동안 천문학과를 희망해온 사람으로서 입학 전에는 ‘내가 한의학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요, 한의학개론을 재밌어 하는 걸 보니… 그래도 잘 적응해나가고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이건 제가 시험공부할 때 만들었던 자료의 일부랍니다.)
+ 제가 대학생활을 하며 느끼는 것이 있다면 생각보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썼던 방식대로 공부하게 된다는 겁니다. 제 고등학교 시절을 생각해보면... 과목마다(수과탐 제외) 사용하는 책들, 수업 내용, 기타 자료 등을 다 모아서 단권화하고 정리하여 저만의 학습지를 만드는 게 제 공부의 시작이었던 것 같거든요. 그걸 대학교에서도 하고 있더라고요... ppt 400장 + 기타 자료들 모아서 저렇게 만들고 있습니다.
2. 한의학한문(전공)
여러분 생각보다 한의학한문의 위력이 대단합니다. 제가 중학교 시절 3년을 중국어를 배우고, 고등학교 3년 간 중국어를 쓸 일이 없었는데요, 그랬더니 작수 중국어가 3등급이 뜨더라고요...ㅜ 근데 고작 한의학한문 3개월 했다고 6평 한문이 44점이 나오는 거 있죠…;;;
(이번 방학을 활용해 공부를 하고, 한문 2급을 따려고 하는데요 9평 때 한문 50 나오면 아무도 안보겠지만... 해설 칼럼이나 써볼까봐요 막 이래)
한의학한문은 학교마다 조금 다른 걸 배우는 것 같긴 합니다만, 저희는 단편 지문 여러 개와 한문 1000자를 배웠습니다. (물론, 지문에 있는 한자까지 하면 더 양이 많겠죠.) 1학기 동안 ‘태극도설, 음양편, 선천후천론, 한열허실표리음양변, 오행통론, 불치이병치미병, 논어, 노자, 이도료병’의 지문을 배웠고, 시험을 위해서는 아래의 사진처럼 한자만 쭉 있는 글을 보고, 음과 해석을 쓸 수 있는 정도로 공부를 해야합니다.
(시험기간에 공부하다가... 정말 제가 한의예과인지 한문학과인지 헷갈렸습니다.)
그래도 공부하고 나서 일상생활에서 한자가 읽히면 좀 뿌듯할 때가 많긴 합니다.
+ 보통은 한의대 입학 전 한자 공부를 굳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하는데요, 만약 ‘학점 욕심이 좀 있다, 나는 A+을 꼭 받을거다’ 하신다면 겨울방학에 한문 공부를 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한자 유베(?), 급수가 높은 동기들이 많아서 학점 따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3. 일반화학, 일반생물학(교양 필수)
두 과목 모두 전공이 아닌 교양 필수로 배우기 때문에, 아무래도 이를 전공으로 배우시는 분들보다는 좀 얕게 배우는 것 같습니다. 화학의 경우, 제가 고등학생 때 화1, 2, 고급화학을 이수했었어서 딱히 새롭다는 생각 없이 가볍게 공부를 했던 것 같습니다. 문제는 제가 과탐 8개 중에 유일하게 안 한 것이 생2란 말이죠...(사실 저 생명 싫어합니다.) 그래서 일반생물학을 공부하는데 좀 많이 애를 먹었습니다. 동기들은 가볍게 받아들이는 내용을 저는 ‘...? 이게 뭔데?’ 하고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일반화학의 경우 교수님께서 시험 직전에 ppt를 요약해주셔서 정말 갓 이라는 호칭을 안 붙일 수가 없었는데요, 일반생물학의 경우 ppt가 500장 가량되니까 정말 머리가 터질 것 같았습니다...ㅎㅎ 게다가 처음 보는 내용이 너무 많아 ㅜ... ppt를 넘기면서 생명스럽지 않은 내용들, 그나마 물리, 화학의 스멜이 조금 나는 내용들이 나올 때마다 정말 행복했습니다.
+ 사실 한의대 특성상 전적대가 있는 동기분들이 꽤 있어서... 일화, 일생을 되게 가볍게 시험 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래서 혹시나 학점 욕심이 있는 분들 중, 화생 1, 2를 이수하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겨울 방학을 이용해서 가볍게 공부하시는 것도 방법인 것 같습니다. (저는 생2 좀 들어놓을 걸... 하는 후회를 했습니다.)
:) 동국한을 오고 꽤나 만족스러운 학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학기 초 MT도 너무 즐겁게 다녀왔고, 과 행사, 학교 행사 모두 즐기며 행복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너무 좋은 동기들도 많이 만났고, 다행스럽게도 한의학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습니다.
물론, 평생 해보지 않은 밤샘을 밥 먹듯이 하고 있긴 합니다만 힘든 건 잠깐이니까요…
(tmi. 동기들이 밤샘을 진짜 잘합니다... 다들 경력직인가요 ㅜ)
글을 마무리하기 전에 한 가지만 이야기하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제가 올해 중간고사를 준비하면서 조금 많이 힘든 기간을 보냈습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생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이기에, 앞으로의 공부를 내가 잘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들이 좀 컸습니다.
(물론 지금은 그 고민들을 모두 접고, 계속 해나가보자! 하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잡념에 빠져있으니 계속 공부가 안되는 것 같아 끄적끄적 글을 썼습니다.
힘이 들 때 보통은 이 시간이 지나고 얻을 성취를 생각하며 버티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많이 힘들면 때면 그 성취조차 잘 그려지지 않을 때가 있더라고요. 그럴 때 지금의 힘듦에 매몰되기 보단, 과거의 성취를 떠올리는 게 도움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습니다.
과거에 이런 것도 해냈으니, 이번에도 잘 해낼거라는... 그런 생각으로 말이죠. 혹시나 너무 힘이 들고, 앞이 막막하다면 내가 이뤘던 것들을 되돌아보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자신감을 회복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역대급으로 두서가 없는 QCC였던 것 같아요. 오랜만에 글을 쓰니까… 이것도 쉽지 않네요. 그래도 긴 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하고, 이번 QCC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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