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수학이 어려우신가요?
저도 그랬습니다.
특히 재종을 다니다 보니 어려운 시험에서도 성적을 잘 받는 학생들이 많아 좀 위축되는 일도 많았습니다.
저는 흔히 말하는 수학 참 쉽게 쉽게 하는 재능충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어려운 문제마다 막히고, 마음 편하게 해설 강의 듣고 끝내고 싶은 마음과 갈등하고, 늘 여유가 없고 시간에 쫓기던 제가 처음으로 수학 시험에서 조금 여유가 있었던 건 오히려 수능 당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늘 고민했습니다. “저 잘하는 애들하고 나하고 다른 게 뭐지?” “왜 쟤들은 이 문제를 풀고, 난 못 푸는 걸까?”
아니죠. 정확히는 “왜 쟤들은 끝까지 풀어내고, 난 왜 여기서 막히는 걸까?”
이게 본질입니다. 솔직히 ‘조금도 손을 댈 수 없는 문제’ 따윈 수능에서 존재하지 않습니다.
정 모르겠으면 미분해서 그래프라도 그려볼 수 있겠죠.
도형에서 정 모르겠으면 알 수 있는 길이, 각이라도 다 표시해볼 순 있겠죠.
고등학교 수학 출제 범위에서 나오는 문제들에 ‘전혀 손 댈 수 없는 문제’란 없습니다.
그렇다면, 문제를 못 푼다는 것은 풀 수 있는 데까지에서 그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한다는 뜻이 됩니다.
그렇게 고민하다 결국 못 푼 문제 해설지를 읽는데 첫줄부터 막힌 해설이 있긴 하신가요?
아마 대부분은 내가 푼 데까지 따라 읽고 그 다음 과정을 읽으며 “아, 이렇게~” 아니면 “와 이 생각을 어떻게 하지”해 본 적이 있으실 겁니다.
이게 차이입니다. 걔네들은 현장에서 그 다음 과정으로 넘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나는 막혔다. 그 뿐입니다.
그리고 사실, 그런 핵심 아이디어 몇 개를 빼면 나머지는 그다지 어렵지 않습니다.
“아 이렇게 하는 거 알면 그다음은 나도 하지~”하고 해설지를 덮고 나머지를 풀어본 경험은 있으시겠죠?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수학이 어려운 이유는 이렇습니다.
문제의 조건으로 풀이를 작성하고 정답으로 가는 과정에서, 내가 풀 수 있는 풀이들이, 그 다음 풀이로 넘어가는 부분에서 끊어져 있기 때문에, 그래서 저 첫번째 풀이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생각하는 수학 공부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걸 내가 왜 그리고 있나 현타오지만) 이렇게 끊긴 풀이 간의 다리를 놓는 것, 정확히는 “다음 단계로 가는 사고에 익숙해지는 것”이 목표입니다.
그럼 그걸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실모를 잔뜩 푼다?” 아… 실모는 솔직히 실력 상승보다도 시험 시간 운영을 훈련하고, 시험에 적응하는 데 목표가 있습니다. 위 목표를 위한다고 실모를 푼다면 큰 의미 없는 2점, 쉬운 3점 푸는 데 시간을 너무 쓰게 될 겁니다.
“문제를 잔뜩 푼다?” 좋은 방법입니다. 왜 양치기를 강조하냐? 자주 접하면 익숙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렇기에 단지 문제를 푸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게 있습니다.
동의하지 않으셔도 좋지만, 저는 오답노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답노트의 목표는 간단합니다. 내가 틀리고 막힌 문제에서 저 끊긴 고리들을 찾아 한 데 모아두는 것, 그렇게 약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익숙해질 수 있게 하는 데 있습니다.
이건 제가 수험생활 1년 동안 쓴 오답노트입니다. 두꺼운 노트에 페이지당 1-2문제씩 거의 다 채울 정도로 열심히 썼습니다. 무엇을 썼냐 하면,
초반과 후반이라 스타일은 많이 달라졌지만 핵심은 똑같습니다. (1) 내가 틀린 문제의 풀이과정을 배운 다음 해설지 안 보고 직접 쓰고, (2) 내가 푼 데까지에서 더 필요했던 핵심 사고 과정이 무엇인지 정리한다. 그리고 각 문제마다 그 빠진 고리만 파란색으로 따로 정리해 문제 밑이나 풀이 위에 써두었습니다. 이러다 보면 내가 어떤 생각을 잘 못하는지가 눈에 들어옵니다. 사진은 못 찍었지만 몇몇 문제에는 “예전에 틀린 ~~ ~회 ~번 문제와 비슷함”이라고 써두기도 했습니다. 뭐 어떻게 보면 틀린 거 또 틀린 거지만 그만큼 내가 자연스럽다고 느끼지 못하던 빠진 고리를 잇는 게 쉽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오답노트를 통해, 막혔던 풀이과정에 그 다음으로 건너가기 위한 사고들을 정리하여 익숙해지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수학 공부입니다. 제가 드릴 말씀은 다 드린 것 같습니다. 여러분이 수학을 어렵게 느끼는 이유는 그 문제를 손도 못대서가 아닙니다. “그 다음”으로 넘어가지 못해서 입니다. 그래서 저는 넘어가는 방법으로 오답노트 정리를 추천드립니다.
“시간도 없는데 언제 저런 거 쓰고 앉았냐”라고 말씀하신다면, 물론 문제 오려 붙이는 건 좀 과했다고 생각하긴 합니다. 그래도 커터칼이랑 화이트처럼 긋는 딱풀테이프 쓰니까 막 오래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정 귀찮으시면 본래 풀었던 문제집이나 시험지에다 풀이를 쓰고 그 빠진 고리만 어디 따로 정리한다는지 해도 괜찮습니다. 요는 문제를 다시 푸는 것을 넘어서, 그 전에 못 푼 이유(못했던 생각)를 분석하여 정리해두는 데 있습니다.
이렇게 길게 쓰고 보니까 뭔가 허수의 뻘짓을 말씀드리는 것 같기도 한데, 실제로 제가 한 일입니다. 만약 비슷한 고민이 있으셨던 분들이 계신다면 한 번 시도해보세요! 물론 결과가 바로 눈앞에 보이지는 않겠지만 단지 막막하게만 느껴졌던 수학에 방향성이 생기는 것만으로 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글이 도움이 되셨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