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오랜만입니다. 종강하고 한 학기 생활과 작품을 늘 qcc로 적어왔는데 이번엔 좀 늦었습니다ㅜ 건축학과 오고 싶어하는 학생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주려고 시작한거였는데, 새롭게 관심을 가지게 된 분들도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합니다 ㅎㅎ 제가 잘못된 길로.. 이끌고 있는건 아닌지^^ 동기들에게 자조섞인 조크? 비판?을 들었슴다.
3학년이 되면서 생긴 큰 변화는 설계 수업시간이 5시간으로 늘어났다는 것.

설계 수업은 주 2회라서 도합 주 10시간의 설계수업… ㅎㅎㅎㅎ 그대신 설계실이 아주 커지고 뷰 좋은 창문이 있어서 너무 좋았어요. 사다리타기에서 높은 순위를 얻어 빠르게 자리 선점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뷰 좋은 자리 바로 겟-또. 
아 그리고 드디어 데스크탑을 장만했습니다. 작업의 안정감은 돈으로부터! 무슨 일을 해도 터지지 않을 것이라는 서로간의 신뢰.
또 스튜디오가 학년 당 4개 있는데 그 중 2개반은 영어반이었습니다(저도!). 크리틱도 영어로, 발표도 영어로 해서 한 학기동안 여러 방면에서 더 성장할 수 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어학원을 오래 다녔는데 다시금 빛 발하는 순간이 찾아왔음에 감사
아주 마음에 드는 깔쌈한 도면과 렌더링 샷부터 들이밀고 시작하겠습니다.
이건 단면투시도인데 폴리카보네이트 비치는거 표현 제가 봐도 너.무.잘.했.어.요. 칭찬부탁드려요
이번에는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라서 새롭게 고려해야 하는 점들이 많아 시작이 어려웠어요. ‘새로운 공간과 기존 건물은 어떻게 연결되어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이 공간들은 깍지 끼듯 ‘엮여야겠는데?’ 싶어서 이번 설계의 개념어를 weave, 직조로 설정하고 디자인했습니다.
1. 대칭적이었던 기존 질서에서 벗어나 주변 아르코 건물들과 형태적인 논리를 같이하며 사이트와 엮이고, 2. 기존 건물은 그대로 보존하되 새로운 외피를 도입해 기존 건물과 엮이고, 3. 4개의 영역을 설정하고 그것을 잇는 프로그램을 도입해 프로그램끼리 엮이는 방법론을 세웠습니다. 모두 직조의 컨셉 아래에 있죠!
2번을 더 설명드리자면, 저는 특이하게 기존 건물을 아예 건드리지 않고 100% 그대로 가져가고, 그걸 폴리카보네이트 외피로 감쌌어요. 기존 건물의 외벽을 내벽으로 사용하면 되겠다 싶었고, 오히려 옛날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벽돌벽이 아이덴티티가 되어줄거라고 믿었어요. 아예 새로운 느낌을 주는 폴리카보네이트 외피와 기존의 벽돌벽 그 사이 틈을 걸으면서 사람들은 시간의 흐름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건 제가 공간과 컨셉, 매스를 설명하는 다이어그램을 만든건데 건축학과에서 패널과 발표를 준비할 때 이 다이어그램이 정말 중요합니다. 내가 중심으로 잡은 디자인 개념들을 말로 하나하나 설명하는게 아니라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어야해요.
이건 제가 기존 건물을 분석하며 작업한 콜라주 이미지에요! 개인적으로 아주아주아주 마음에 듭니다. 하 그리고 발등 튀김이 되어 학교가는 지하철에서 크리틱을 급하게 준비한 일상ㅠㅠ
근데 참 신기하게도 저럴 때 생각이 파바박 나요. 왜 여유롭게 작업하지 못하는 인생일까요? 힘들게 잡은 컨셉을 바탕으로 초기 매스, 평면을 구상하고 중간 마감을 쳤습니다. 함께 전시된 동기들 결과물.
동기들이 생일선물로 준 모니터(굉장히 실용적인)로 설계템 업그레이드도 하고요~ 주황색 집착광공같죠? 맞아요🟠🟧🔶🧡
이제는 구조적인 것도 고려해야하는 학년이 되어서 tectonic 중심 핀업도 진행했습니다. 구조를 알려주지 않고 구조 도면을 쳐오라고 하는 극악무도한 교수님들 ㅠ 하지만 늘상 그랬듯이 어떻게든 꾸역꾸역 구글과 챗지피티를 폭행해가며 완성을 합니다 또..
계속 해내니까 시키는 것 같어요;; 이번 마감에는 처음으로 레이저 컷팅을 써서 모형을 제작했는데요, 레이저 컷팅 도면 완성이 꽤나 까다로워서 애 좀 먹었습니다. 그래도 직접 칼로 잘라 만들 때보다 딱딱 맞는 쾌감이 크고 조립만 하면 된다는 장점이 컸어요. 이번에는 구조를 보여줄 수 있는 1:50 스케일 모형도 만들었어야 했는데요(전체 모형 + 구조 모형)
놀랍게도 마감 당일 새벽 4시입니다. 맞아요 발표 9시간을 남겨두고 구조 모형을 시작했다는거에요. 하루 종일 0끼에 30시간을 넘어가는 무수면 시간. 언제나 그랬듯 마감은 잠시 내가 인간임을 내려두는 과정이었어요. 하지만 언제나. 참말로 신기하게도. 기적적으로. 마감은 칩니다. 이제는 믿는 구석이 되었나봐요 그러면 안되는데^^
이젠 뭐 일상이 되어버린 작밥(작업하며 밥먹기)~ 와 이제 정확히 중간 지점을 지나고 있네요. 지금까지 해온걸 한 번만 더하면 제가 졸업이라는게… 소름돋는 요즘입니다. 오늘도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가 말썽인데 모두 힘힘힘